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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민중신학과 철학(형이상학)에 대한 문제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6-06-17 08:26 조회(7384)
   트랙백 주소 : http://www.freeview.org/bbs/tb.php/d001/20 


 
민중신학 진영에 깃든 형이상학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
 
 
 
 
민중신학에 과연 형이상학이 필요한 것인가? 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내게 있어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언급일 따름이다..
 
요컨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민중신학 진영에서 형이상학을 받아들이겠다느니 받아들이지 않겠다느니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미 민중신학과 형이상학은 뗄 레야 뗄 수가 없으며 불가피하게 형이상학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사태부터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의 “형이상학”이란 세계와 사물을 이해함에 있어서의 <해석학적 존재론>이며, 그것은 우주론cosmology과 존재론ontology의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제일성의 철학을 말한다..
 
화이트헤드는 형이상학을 “발생하는 모든 사물의 분석에 대해 불가피하게 관련되어 있는 일반적 관념들을 발견해내고자 하는 과학”(RM/ 82/90)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민중신학에도 철학(형이상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나 자신이 특별히 고안해서 새롭게 만든 창의적 주장도 아니며 이미 철학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일반화된 얘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민중신학에서 형이상학을 필요로 할 것인가 라고 잠꼬대 하는 것은 한국의 민중신학을 시대에 뒤떨어지도록 낙오시키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문제는 신학에 입장에서 볼 때 철학(형이상학)에 대한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올바른 철학(형이상학)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기독교 신학은 헬라철학이라는 관념론적 형이상학을 그 베이스로 해왔었기 때문에 잘못된 형이상학으로 인해 그 보수적 신앙의 행태 또한 비역사적인 이원론의 색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철학도 그러하지만 신학 역시 이 세계의 잡다성multifariousness을 무시해선 안된다.. 우리는 분명하게 소란스러운 세계에 살고 있다..
 
사실 적어도 1세대 민중신학자들의 글을 보면 이 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남동은 서구 전통신학이 관념론적 형이상학을 그 베이스로 깔고 있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고,
안병무 역시 -부지불식간이지만- 그의 저서들을 보면 ‘서구 기독교의 관념론적 병폐~’라는 문구를 놀랍도록 여러 번 쓰고 있다는 점이다..
 
1세대 이후의 민중신학은 1세대의 민중신학 때보다
한 치도 앞서 나가지 못했다는 나의 진단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민중신학자들은 여전히 민중신학이 왜 이리도 지리멸렬한 행보만 보이고 있는지를
여전히 잘 모르고 헤매고 있으며, 그냥 모이는 사람들끼리만 모이고 있을 뿐이다..
 
사실 민중신학이 형이상학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라는 이 주장을 민중신학이 제대로만 이해해보라.. 그러면 민중신학은 끔찍한 자기부정에 직면할 것이기에 이 같은 나의 얘기가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명료하고도 정합적인 근거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 같은 나의 얘기에도 비판을 가해도 좋다..
 
나 자신이 현재 시점에서 기존 민중신학에 원하는 것은 하나다.. 기존 민중신학이 지금까지의 행보를 멈추고 다시 한번 자기자리를 곰곰이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서는 자신들의 학문적 자존심만 생각지 않길 바라며, -물론 각자 나름대로 민중신학에 대한 고민과 과제들을 생각할테지만- 보다 설득력 있고 보다 나은 게 있다면, 이를 보다 분명하게 택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 자신은 지금 화이트헤드 철학이 마냥 옳다고만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화이트헤드 철학 말고도 얼마든지 유용한 사상이 있다면 그 역시 얼마든지 수용해도 좋다고 본다.. 단지 서로 간에 개념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가장 설득력 있는 사상을 붙잡아만 달라는 얘기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신학적 작업들은 신학을 철학에다가 종속시키겠다는 것도 아니다.. 나의 새로운 민중신학 수립은, 그 옛날 토마스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베이스로 하여 그 신학적 체계를 명료화 한 적이 있듯이 그러한 작업과 (물론 그 내용은 다르지만) 그 작업의 패턴만큼은 정확하게 동일한 학문적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당시 스콜라 시절을 “철학은 신학의 시녀”였을 때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나의 신학적 작업 역시 신학이 철학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평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민중신학이 세계 안의 사건들을 보다 바람직하게 기술하고 싶다면
세계에 대한 이해부터 우선 바로 잡혀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 앞에 있는 컵은 단순히 그냥 <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세계 안에서의 컵>이기 때문이다..

 
 
...........................................................
 
 
 

“실행practice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형이상학적 기술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형이상학적 기술description이 실행practice을 포섭하지 못할 때 그 형이상학은 불충분한 것이 되고 수정을 요하는 것이 된다. 우리들이 자기의 형이상학적 학설에 계속 만족하고 있는 한, 형이상학을 보완하기 위해서 실행에 호소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게 된다. 형이상학은 실행의 모든 세부에 적합한 일반성의 기술일 뿐이다Metaphysics is nothing but the description of the generalities which apply to all the details of practice"(PR 13/65)
 
 
“우리가 개체적 사물로서 인식되는 추상은 사고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그 결과, 사물들의 궁극적 본성에 대한 어떤 이해와, 그러한 추상적 진술에 전제되어 있는 배경에 대한 이해가 모두 결여되어 있는 경우, 모든 과학은 그들이 서로 모순된 배경을 암암리에 전제하는 다양한 명제들을 결부시키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AI 197/252).
 
 
“사변철학Speculative philosophy이란, 우리 경험의 모든 요소를 해석해낼 수 있는 일반 관념들의 정합적이고 논리적이며, 필연적인 체계를 축조하려는 시도로 정의될 수 있다. 사변철학은 이러한 작업가설의 방법을 구현한다.
철학에 있어 이 같은 작업가설의 목적은 조화를 해명하고 불일치를 드러내는 일상 언어, 사회제도, 행동, 여러 특수과학의 원리 등에 들어 있는, 인간 경험의 표현들을 조정하는 것이다. 특수한 논제에 적용되는 어떤 충분한 일반적인 작업가설이 없다면 체계적 사고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AI 285-6/348)
 

2004-02-22 19: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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