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1 21:04:03] 

 

 

흔히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이
바로 <사랑>과 <정의>다.. 성서를 보면,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면서 ‘공의의 하나님’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웬지 이 <사랑>과 <정의>라는 것은
서로 상충되고 조화되기 어려운 덕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론 사랑과 정의는 결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이는『화새민』의 ‘제10장 보편성과 우선성으로서의 신이해’에서 기술한 바지만)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기에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고자 하는 것이다..
이 땅은 이미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으로 인해
악의 세력과 공평치 못한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자, 그렇다면 하나님은 세상에 대해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펴나가실까?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 보시기에 잘못된 것을
그 자신에 맞게끔 바꿔나가려는 작업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자신 안에 모든 피조물들을 끌어안으시는 것이다..
사랑의 실현을 위한 그 작업이 바로 정의다..
다시 말해, 정의란 사랑의 실현 방식인 것이다..

정의는 이 땅의 낮고 천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의 현현은 곧 투쟁이기도 하다..
그것은 세계 안에 모든 불의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나 자신과의 투쟁>에서부터 발현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경계해야 될 <거짓 사랑>이 있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정의를 외치지 않는 자..
사랑과 구원은 나눠가지려 하면서도
자기 것은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 자..
세상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미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투쟁하지 않는 자..

그러한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요 잘못된 사랑이다..
하나님은 결코 그러한 사랑을 말하지 않으셨다..
이 땅에 오신 예수가 바리새인들과 적대전선을 폈던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바로 바리새인들에 대한 예수의 사랑 방식이었던 것이다..
주께선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투쟁이나 분노를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
“Fucking U.S.A”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
정의란, 사랑하기에 오히려 그것은 <따끔한 회초리>와도 같은 것..!!

결국은 사랑의 완성은 정의를 펴나감으로써 구현되는 것이며,
순수한 자의 분노는 인간애의 강도에 비례하는 것이다..
사랑은 정의로울 수 있을 때 구현되며
그럼으로써 그 탁월한 힘을 세계 안에 예증할 따름이다..

 

(* 사실 <정의>라는 덕목의 희박성은 기독교보다 불교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불교도들은 자비를 말하지만 그 자비의 온전한 실현 방식은 잘 강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자들만 깨어있을 뿐.. 역사적으로도 자주 보여줬던 불교의 보수적 습성은 이와 긴밀히 관련한다..
오래전 변선환 선생 역시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선 '정의'라는 예언자적 성격이 희박하다는 점을 언급한 적 있다..)

 

2004-07-01 21:04:03